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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테너는 오페라와 성악의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랑받는 남성 음역대이다. 하지만 단순히 ‘높은 목소리’라는 기준으로 묶기에는 테너의 세계는 훨씬 더 복잡하고 세분화되어 있다. 테너는 리릭 테너, 드라마틱 테너, 레제로 테너 등으로 나뉘며, 각 유형은 음색과 발성 방식, 그리고 음악적 해석에서 명확히 다른 개성을 지닌다. 이들은 발성 메커니즘과 성대의 사용법조차 상이하여 같은 테너라고 하더라도 완전히 다른 무대 존재감을 드러낸다.
리릭 테너 (Lyric Tenor)
리릭 테너는 부드럽고 따뜻한 음색을 지닌 유형이다. 이들은 자연스럽고 유연한 레가토로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서정적인 멜로디에 적합한 발성을 구사한다. 발성은 성대가 과도하게 두꺼워지지 않도록 관리하며, 공명의 중심을 얼굴의 마스크 영역에 두어 맑고 깨끗한 소리를 만든다. 긴 성대 진동과 섬세한 호흡 조절이 특징이며, 부드러운 톤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한 호흡 훈련이 필수적이다. 이 유형의 대표 성악가로는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있다. 그는 벨칸토 레퍼토리에서 독보적인 기교와 감정 표현력으로 전설적인 명성을 얻었다. 호세 카레라스 또한 감미롭고 세련된 음색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대표 레퍼토리로는 푸치니의 라 보엠 중 “Che gelida manina”,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 중 “Una furtiva lagrima”, 베르디의 리골레토 중 “La donna è mobile”이 있다. 이 곡들은 리릭 테너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작품들이다.
드라마틱 테너 (Dramatic Tenor)
드라마틱 테너는 깊고 웅장한 음색을 바탕으로, 극적인 장면에서도 오케스트라의 강렬한 사운드를 뚫고 나올 만큼 강력한 성량을 지녔다. 발성법은 성대의 두께를 유지하면서도 강한 서브글로탈 압력을 형성하여 강렬한 음압을 만들어낸다. 이들은 흉성과 두성을 유기적으로 조합해 울림을 극대화하며, 근육의 긴장을 유지하는 고도의 체력과 발성 훈련이 필요하다. 드라마틱 테너는 단순한 기교를 넘어 감정의 폭발과 극적인 해석력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이 유형의 대표 성악가는 요나스 카우프만이다. 그는 드라마틱한 힘과 리릭한 섬세함을 모두 아우르는 현대 최고의 스타이다. 프란코 코렐리 또한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매너와 폭발적인 고음으로 20세기를 대표하는 드라마틱 테너로 명성을 떨쳤다. 대표 레퍼토리로는 베르디의 아이다 중 “Celeste Aida”, 바그너의 로엔그린 중 “In fernem Land”, 푸치니의 토스카 중 “E lucevan le stelle”가 있다. 이 곡들은 드라마틱 테너의 힘과 감정의 깊이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레제로 테너 (Leggero Tenor)
레제로 테너는 가볍고 민첩한 소리로 화려한 기교를 선보이는 유형이다. 이들은 빠른 패시지와 고난도의 콜로라투라 기술을 완벽히 소화할 수 있는 뛰어난 기술적 역량이 요구된다. 발성은 얇고 긴 성대 접촉을 유지하며, 공기의 흐름을 빠르게 조절해 밝고 반짝이는 소리를 만들어낸다. 높은 음역에서도 긴장을 최소화하고 머리 공명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유연한 톤을 유지한다. 레제로 테너의 대표 성악가는 프란시스코 아라이자이다. 그는 폭넓은 레퍼토리와 뛰어난 콜로라투라 기교로 레제로 테너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 또한 이 부류의 계보를 잇는 현대 최고의 레제로 테너로 꼽힌다. 대표 레퍼토리로는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중 “Ecco ridente in cielo”,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중 “Tombe degli avi miei”,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중 “Dies Bildnis ist bezaubernd schön”이 있다. 이 곡들은 레제로 테너가 지닌 기술적 민첩성과 음색의 매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작품이다.
발성의 과학과 음악성의 차이
테너의 발성 방식은 성대의 물리적 메커니즘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리릭 테너는 성대의 떨림을 느슨하게 유지하여 부드럽고 긴 진동을 만들어낸다. 드라마틱 테너는 성대 주기당 압력을 높이고, 강한 근육 긴장으로 견고한 음압을 형성한다. 반면 레제로 테너는 얇고 가벼운 성대 접촉과 빠른 공기 흐름을 통해 민첩하고 경쾌한 음색을 유지한다. 요구되는 음악성 또한 다르다. 리릭 테너는 감미롭고 서정적인 표현력이 필요하며, 드라마틱 테너는 폭발적인 감정과 극적인 연출력이 요구된다. 레제로 테너는 고난도의 기교와 탁월한 리듬감, 그리고 민첩한 음정 처리 능력이 필수적이다.
결론
테너는 단순히 높은 음역대를 지닌 남성 성악가로 정의할 수 없다. 리릭, 드라마틱, 레제로 테너는 각각 고유한 발성과 음악적 해석으로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보여준다. 이들의 차이를 이해하면 오페라 감상은 한층 더 깊어지고, 성악의 복합적이고 매혹적인 본질을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테너의 세계는 인간 목소리가 표현할 수 있는 감정과 기술의 극한을 보여주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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