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악의 세계에서 ‘바그네리안(Wagnerian)’이라는 수식어는 단순히 바그너의 오페라를 부르는 성악가를 뜻하지 않는다. 그 단어는 곧 하나의 독립된 종(種)처럼 인식되며, 보통의 오페라 가수와는 전혀 다른 체계와 철학으로 훈련되고 구축된 목소리를 의미한다.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는 단순한 오페라가 아니다. 그것은 음악극(Musikdrama)이며, 인간의 내면과 신화, 사유의 층위를 동반한 예술의 총체(Total Artwork)이다.그 예술을 구현하기 위한 성악가는, 당연히 그에 걸맞는 특수한 조건과 훈련, 예술적 내공을 갖춰야만 한다. 바그너의 오페라는 ‘노래하는 대사’다일반적인 오페라에서 아리아는 음악적으로 완결된 구조를 가지며, 감정을 노래하는 중심축으로 기능한다. 그러나 바그너의 음악은 아리..

19세기 초 이탈리아 오페라는 ‘벨칸토’라는 이름 아래 통칭되곤 한다. 그러나 이 말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정의다. 벨칸토라는 기술적 틀 아래에서도, 로시니의 유쾌한 구조, 벨리니의 서정적 선율, 도니제티의 극적 전개는 각기 다른 미학과 작곡 철학을 보여준다. 이 세 작곡가는 단지 같은 시대에 활동했다는 이유로 묶이기엔, 음악적으로 명백히 다른 감각을 구축한 세 개의 다른 축이었다. 로시니 지오아키노 로시니(Gioachino Rossini)의 오페라는 수학적으로 짜인 리듬과 음악적 반복이 만들어내는 유희적 긴장감이 핵심이다. 그의 대표작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극의 흐름이 대사와 노래, 레치타티보와 아리아의 구분 없이 하나의 구조적 덩어리처럼 조립되어 있으며, 이는 전형적인 로시니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