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W. A. Mozart)와 로시니(Gioachino Rossini)는 각각 고전주의(Classical)와 벨칸토(Bel Canto) 양식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평가받는다. 이 둘은 모두 성악 중심의 오페라 장르에서 결정적인 기여를 했지만, 작곡 기술적 측면에서는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다. 성악곡을 구성하는 방식, 선율의 전개, 반주와의 상호작용, 감정 표현 방식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음악은 서로 다른 작곡 철학을 기반으로 한다.
공통점 : 선율 중심의 표현과 인물의 정서 구조화
모차르트와 로시니 모두 성악을 중심으로 한 선율 구조를 중시하며, 오케스트라는 이를 보조하는 역할로 설계된다. 두 작곡가는 주인공의 정서나 상황 변화를 선율 구조로 드러내는 데 집중했고, 서사적 흐름보다 인물의 내면 묘사에 음악적 무게를 실었다.
이러한 공통점은 각기 다른 작곡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아리아 중심’의 구조를 선호했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각각의 아리아는 감정의 단면을 조형하는 장치였으며, 음악적 대위나 화성보다 선율선 자체의 조형미를 통해 표현 효과를 노렸다.
또한, 두 작곡가는 가창 기법을 감안한 작곡을 시도했다는 점에서도 공통적이다. 극적 표현을 위해 성부의 음역, 호흡 간격, 프레이징 구간을 세심하게 계산하여, 가수의 테크닉과 감정이 함께 설계될 수 있도록 한 점이 두 사람의 기술적 일치점이다.
차이점 ① – 선율 구성의 구조적 차이: 긴장과 해소의 밀도
모차르트의 성악 선율은 대체로 간결하고 선형적이다. 그는 멜로디 라인을 수직적으로 확장하기보다, 균형 있는 음정 진행과 호흡의 일관성을 바탕으로 구성했다. 이로 인해 모차르트의 선율은 감정적 고양보다는 정서적 절제를 중심으로 구축되며, 대칭적인 프레이즈 구조를 통해 형식미를 유지한다.
반면 로시니는 선율을 수평적으로 확장하는 방식, 즉 멜리스마(melisma)와 반복적 패턴을 통해 긴장을 쌓아가는 기법을 즐겨 사용한다. 그는 종종 한 구절을 여러 번 반복하며, 점진적으로 음역과 속도를 상승시켜 클라이맥스 구조를 만들어내는 ‘로시니 크레센도(Rossini crescendo)’를 자주 사용했다. 이는 단순한 미학적 장치가 아니라, 감정의 열기를 조율하는 작곡적 장치였다.
즉, 모차르트가 음악을 ‘설계된 균형’으로 보았다면, 로시니는 음악을 ‘감정의 에너지 곡선’으로 해석했다고 볼 수 있다.
차이점 ② – 반주 구성 방식: 조화 대 자극
모차르트의 오페라 성악곡에서 오케스트라는 주로 음향적 조화를 이루는 배경 역할을 한다. 그는 반주에서 감정적 과잉을 지양하고, 성악선율이 가진 긴장감이 오케스트라에 의해 방해받지 않도록 주의했다. 특히 바소 콘티누오(Basso Continuo)와 현악기의 리듬적 패턴을 일관되게 유지함으로써, 성악선율이 중심이 되는 무게중심을 철저히 지켰다.
반면 로시니의 오페라에서는 오케스트라가 보다 적극적으로 감정을 유도하고 선율과 대화를 나누는 기능을 갖는다. 그는 관악기의 색채감과 타악기의 리듬을 적극 활용하여, 선율에 드라마틱한 긴장감을 더하는 작곡적 설계를 시도했다. 로시니의 반주는 종종 성악보다 더 빠른 템포로 진행되거나, 강한 리듬을 유도하여 극적 감정을 확대한다.
결국, 모차르트의 반주는 ‘성악 중심의 배경’이고, 로시니의 반주는 ‘성악과 경쟁하며 드라마를 만드는 파트너’라고 할 수 있다.
차이점 ③ – 장식음 처리 방식: 장식인가, 서사인가
두 작곡가 모두 장식음을 활용했지만, 그 기능과 목적은 현저히 달랐다.
모차르트는 장식음을 감정의 여운이나 정서적 강조로서 위치시켰다. 예를 들어 ‘Porgi, amor’ 같은 아리아에서는 단음의 트릴(trill)이나 턴(turn)으로 감정의 미묘한 흔들림을 표현한다. 이러한 장식음은 음악적 화려함보다도 심리적 디테일을 보완하는 정서적 기호로 사용된다.
반면 로시니는 장식음을 기술적 쇼케이스이자 캐릭터의 생동감을 보여주는 도구로 활용했다. 특히 로지나의 ‘Una voce poco fa’처럼 빠른 콜로라투라(coloratura)를 삽입해 캐릭터의 활발한 성격과 심리적 유연성을 드러낸다. 로시니에게 장식음은 단지 음악적 미화가 아니라, 극적 성격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차이는 장식음이 ‘장식’에 머물렀느냐, ‘서사’를 대신하느냐의 결정적인 차이로 볼 수 있다.
차이점 ④ – 레치타티보(Recitativo)의 구성
모차르트는 레치타티보에서 말의 억양과 리듬을 음악적으로 가장 자연스럽게 재현하려 했다. 그는 레치타티보 세코(secco)와 아콤파냐토(accompagnato)를 철저히 구분해 사용했으며, 대사의 의미에 따라 음의 높낮이와 길이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서사를 이어갔다.
반면 로시니는 레치타티보에서도 멜로디를 끼워 넣거나, 간결한 반주 위에 일정한 리듬 패턴을 부여하여 보다 명확한 음악적 흐름을 의도했다. 로시니의 레치타티보는 극적 연결을 위한 도구이기보다는, 때로는 독립된 감정의 순간으로 존재한다.
두 작곡가, 두 개의 음악적 언어
모차르트와 로시니는 모두 성악 중심의 오페라 예술을 완성했지만, 작곡 기법은 매우 다르다.
모차르트는 균형과 정밀함, 감정의 절제 속에서 음악을 조직했고, 로시니는 열정적 반복과 리듬의 에너지로 드라마를 확장했다. 선율의 흐름, 반주의 역할, 장식음의 성격, 그리고 감정의 분배 방식에서 이 두 작곡가는 각기 다른 ‘음악 언어’로 말하는 작곡가였다.
이들의 차이는 단지 시대의 차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모차르트는 음악 안에 인간 내면의 질서를 반영했고, 로시니는 음악 바깥의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치로 작곡을 구성했다. 그렇기에 이 둘의 오페라를 비교하는 일은, 고전성과 낭만성 사이에서 인간의 정서와 구조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탐구하는 작업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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