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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순 도르마 : 파바로티 vs 카우프만의 목소리

goldberg-bach 2025. 6. 28. 18:19

푸치니의 『투란도트』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아리아 〈Nessun Dorma〉는 단순한 테너 아리아가 아니다.
이 곡은 고요한 절망 위에 쌓인 승리의 선언이자, 감정과 기술, 서사가 하나로 응축된 감정의 절정이다.
같은 악보, 같은 가사, 동일한 구조 안에서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요나스 카우프만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 아리아를 구성한다.
이 글에서는 두 명의 세계적 테너가 이 곡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기술적 접근을 통해 청중을 압도했는지를 분석한다.

 

 

목소리의 재료 : 음색의 텍스처와 공명의 구조

루치아노 파바로티

파바로티의 음색은 벨칸토 전통의 정수다. 그의 목소리는 밝고, 개방되며, 상악 중심의 공명이 두개골 위로 둥글게 퍼지는 구조를 지닌다. 음색의 질감은 부드럽지만 중심축이 뚜렷하며, ‘음이 떠 있는’ 느낌보다 ‘음이 직진하면서 공간을 채우는’ 느낌을 준다. 하이 B와 C를 진성으로 구사하면서도 절대 납작해지거나 날카로워지지 않는 통제력은 그의 핵심 강점 중 하나다.

 

요나스 카우프만

카우프만은 보다 어둡고 음향적으로 밀도 있는 스핀토/드라마틱 성향의 테너다. 그의 음색은 전통적인 이탈리아 테너보다 독일 리릭-드라마틱 계열에 가까운 중후한 톤 컬러를 지닌다. 후두를 상대적으로 낮춘 발성, 가슴과 두부 공명을 균형 있게 배합한 공명 구조는 음의 질감을 훨씬 두껍고 심도 깊게 만든다. 파바로티가 빛이라면, 카우프만은 그림자의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호흡법과 성악 테크닉 : 지지, 포지셔닝, 레가토의 구성

파바로티의 호흡

파바로티는 이탈리아식 하복식 호흡(Appoggio)의 교과서적 구사자다. 그의 호흡은 짧은 문장에도 호흡 여유를 끝까지 남겨두며, 마지막 ‘Vincerò’에서 모든 에너지를 집중한다. 성대 접촉률이 높고, 공명 구조가 안정적이기에 하이 C조차도 날리지 않고, 밀어붙이지 않고, 떠오르게 만든다. 그의 레가토는 고음에서도 선율을 자르지 않고 한 줄기의 음선으로 연결한다. 즉, 기술은 존재하지만 과시는 없다.

 

카우프만의 호흡

카우프만은 훨씬 더 깊은 흉식 기반의 호흡을 응용하며, 각 프레이즈의 감정을 조각하듯 다룬다. 그의 프레이징은 감정적이지만 절대 흐트러지지 않으며, mezza di voce(미세한 볼륨 조절), portamento(자연스러운 음 이음) 기법을 통해 음과 음 사이에 내면의 감정 곡선을 만들어낸다. 특히 클라이맥스 전의 호흡 정리는 매우 정교하며, 고음이 감정의 절정에 정확히 도달하도록 구조적으로 설계돼 있다.

 

아티큘레이션과 감정 표현의 차이

파바로티

파바로티의 아티큘레이션은 언어의 명료함을 음악의 흐름 안에서 흘러가게 하는 방식이다. 이탈리아어 발음의 라운딩 처리, 어두운 모음의 선명한 처리, 자음의 잔향까지 고려된 그의 발음은 청자의 감정을 바로 건드릴 수 있을 정도로 직접적이다. 그의 "Vincerò"는 단순한 외침이 아닌, 목소리 자체가 '승리'의 형태를 입은 감정이 된다.

 

카우프만

카우프만의 아티큘레이션은 훨씬 내면적이며 서사적인 접근이다. 그는 단어 하나하나에 감정의 명암을 넣고, 프레이즈 전체의 심리적 기울기를 설계한다. 그의 "Nessun dorma"는 고요한 선언처럼 시작되며, 후반부에 갈수록 한 사람의 존재 전체가 고통과 희망을 통과하며 폭발하는 듯한 흐름을 갖는다. 보다 문학적이고 극적인 아티큘레이션이 돋보이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