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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오페라 거장 6인의 음악과 삶

Golden Camel 2025. 7. 23. 11:34

서론

세계 오페라 무대에는 수많은 별들이 존재했지만, 그중에는 어이없게 안타까운 죽음으로 사라진 목소리들도 있었다. 제리 해들리,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 에디타 그루베로바, 루치아 폽, 프리츠 분더리히, 그리고 살바토레 리치트라는 탁월한 음악성과 독창적인 기교로 오페라의 역사를 빛냈으나 갑작스럽고 극적인 죽음으로 세상을 떠나며 전설로 남았다. 그들의 찬란한 커리어와 마지막 순간까지의 이야기는 오페라 역사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을 비극적 아름다움이다.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오페라 거장 6인의 음악과 삶
러시아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

 

 

제리 해들리 (Jerry Hadley, 1952~2007)

제리 해들리는 미국의 리릭 테너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색과 함께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사랑받았다. 그는 모차르트 오페라에서 청아한 선율을 그리듯 부드러운 소리를 냈으며, 푸치니의 극적인 작품에서도 서정성과 힘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해들리의 비브라토는 짧고도 정교해 긴 호흡의 아리아에서도 흔들림이 없었고, 고음에서는 마치 꽃이 피어나듯 자연스럽게 열리는 듯한 소리를 들려주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라 스칼라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 화려하게 활약했으나, 이혼과 경력 단절로 우울증에 빠졌고 결국 2007년 자택에서 공기총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죽음은 오페라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 (Dmitri Hvorostovsky, 1962~2017)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는 러시아 바리톤의 전설로 고귀한 카리스마와 은빛처럼 매끄러운 성량으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그는 베르디와 차이콥스키의 작품에서 독보적인 해석을 선보였고, 특히 차이콥스키의 예브게니 오네긴에서는 귀족적인 품격과 내면의 고뇌를 동시에 표현했다. 흐보로스토프스키는 강렬한 포르테와 섬세한 피아니시모를 자유롭게 오가는 강약 조절로 극적인 효과를 극대화했다. 카라얀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 무대에 등장한 그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라 스칼라에서 베르디 바리톤 역의 중심이 되었으나, 2015년 뇌종양 진단을 받고도 끝까지 무대에 서며 투혼을 보였다. 그러나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2017년 55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했다.

 

 

에디타 그루베로바 (Edita Gruberová, 1946~2021)

에디타 그루베로바는 슬로바키아 출신의 소프라노로 벨칸토의 여왕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수정처럼 맑고 기교는 현란했으며, 도니제티와 벨리니 작품에서 보여준 초고음과 극도의 콜로라투라 테크닉은 독보적이었다. 라메르무어의 루치아의 광란의 장면에서 그루베로바는 테크닉과 드라마를 완벽하게 결합해 감정의 극한을 표현했다. 그녀는 빈 슈타츠오퍼와 취리히 오페라에서 수십 년간 활약했으나 은퇴 후 스위스 자택 계단에서 낙마하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때 그녀의 나이는 74세였다.

 

 

루치아 폽 (Lucia Popp, 1939~1993)

루치아 폽은 체코 출신의 소프라노로 맑고 투명한 음색으로 모차르트와 슈트라우스 작품에서 사랑받았다. 마술피리의 파미나와 장미의 기사의 소피 등에서 그녀는 순수한 서정성과 깊이를 겸비한 해석을 선보였다. 폽의 프레이징은 세밀하고 호흡 제어는 정교하여 감정의 미묘한 변화를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리릭 소프라노에서 스핀토 소프라노로 발전하며 성숙한 목소리를 들려줬으나, 1993년 뇌종양으로 54세에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많은 청중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프리츠 분더리히 (Fritz Wunderlich, 1930~1966)

프리츠 분더리히는 독일 리릭 테너의 정수로 평가받았다. 그의 목소리는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흐르며, 독일 가곡과 모차르트 아리아에서 교과서적인 해석을 보여주었다. 분더리히는 완벽한 레가토와 딕션을 자랑했고, 고음에서도 무리 없이 흐르는 듯한 소리를 냈다. 그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공연을 준비하던 중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추락해 두부 손상으로 사망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35세였다. 그의 죽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테너의 목소리가 사라졌다는 비탄을 불러일으켰다.

 

 

살바토레 리치트라 (Salvatore Licitra, 1968~2011)

살바토레 리치트라는 이탈리아 테너로 포스트 파바로티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는 폭발적인 고음과 감정선이 살아있는 드라마틱한 표현력으로 푸치니와 베르디의 작품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리치트라는 고음에서도 강렬한 성량을 유지하면서도 긴장감 있는 피아니시모를 만들어내 극적 긴장감을 높였다. 그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파바로티를 대신해 무대에 오르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으나, 2011년 스쿠터 사고로 중상을 입고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세상을 떠났다. 당시 그의 나이는 43세였다.

 

 

결론 : 무대 위에서 불태운 목소리들

이 여섯 명의 거장은 단순한 가수가 아니었다. 그들은 무대에서 생을 불태우며 예술의 정수를 들려준 예술가였다. 비록 갑작스럽고 극적인 죽음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들이 남긴 목소리는 세월의 흐름에도 사라지지 않고 음반과 영상 속에서 여전히 빛나고 있다. 오늘날 수많은 성악가들이 이들의 테크닉과 해석을 연구하며 그들의 발자취를 따르고 있고, 청중은 여전히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감동과 위로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