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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카운터테너 4인 비교

goldberg-bach 2025. 7. 7. 18:33

카운터테너는 고음역의 아름다움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희귀한 목소리로, 고전음악에서 특별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성악가들이다. 특히 현대에는 고전 바로크 오페라의 부활과 함께, 카운터테너가 중심 무대에 서는 일이 많아졌다. 그 중에서도 필립 자루스키(Philippe Jaroussky), 프란체스코 파지올리(Franco Fagioli), 야쿠프 오르린스키 (Jakub Józef Orliński), 안드레아스 숄 (Andreas Scholl)이 대표적이다. 

 

 

 

바로크 앨범을 발매한 오를린스키
바로크 앨범을 발매한 오를린스키

 

 

1. 필립 자루스키 (Philippe Jaroussky)

자루스키의 목소리는 극도로 투명하고 은은한 질감을 지닌 고음이 특징이다. 대부분의 카운터테너가 남성적 긴장을 지닌 반면, 자루스키는 마치 보이소프라노처럼 자연스럽고 공기감이 섞인 울림을 들려준다. 소리의 시작과 끝이 매우 섬세하며, 속삭이듯 부드럽게 고음을 처리하는 능력은 그만의 강점이다. 그는 기교보다는 표현력 중심의 해석을 선호하며, 감정의 디테일을 섬세하게 조율한다. 특히 프랑스 바로크 음악이나 글루크의 오페라 아리아에서 자루스키는 비극적 감성을 정확히 파고들며, 청중의 심리를 건드린다. 그의 음색은 선(善)과 순수함의 상징처럼 다가온다.

 

2. 프란체스코 파지올리 (Franco Fagioli)

파지올리는 극단적인 성량과 파워를 지닌 카운터테너다. 대부분의 고음역 성악가들이 목소리의 얇은 두께를 가지고 있는 반면, 파지올리는 카운터테너임에도 불구하고 바리톤처럼 두꺼운 중저역을 소화하면서, 높은 음까지 무리 없이 확장한다. 그로 인해 목소리의 범위는 무려 3옥타브에 이른다. 그의 무대는 극적이며 전율을 일으킨다. 기교적 완성도는 카운터테너 중 독보적이라 할 수 있으며, 트릴, 파사지오, 롱프레이즈 모두 수준급이다. 헨델, 비발디의 아리아에서 보여주는 그의 폭발적 에너지는 ‘남성 디바’라 불릴 만큼 과감하고 화려하다. 특히 역동적인 리듬 표현이 탁월하여 무대 장악력이 뛰어나다.

 

3. 야쿠프 오르린스키 (Jakub Józef Orliński)

오르린스키의 목소리는 따뜻하고 균형 잡힌 음색이 강점이다. 강한 금속성 없이도 충분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중음역에서의 안정성과 고음에서의 확장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기교보다는 안정감 있는 선율 구성이 그의 스타일이다. 그는 성악뿐만 아니라 브레이크댄서로도 활동하면서,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독특한 무대 매너를 선보인다. 고전 아리아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면서 젊은 클래식 팬층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무대 위에서 격식과 자유로움을 동시에 갖춘 스타일로, 바로크 음악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4. 안드레아스 숄 (Andreas Scholl)

숄의 목소리는 카운터테너 중에서도 매우 고전적인 톤을 지닌다. 따뜻하고 유려하면서도 약간은 우울한 색조를 가지고 있다. 진한 텍스처와 더불어, 꾸밈없는 소리로 청중을 매료시킨다. 낮은 음역에서도 안정적으로 음을 유지하며, 부드러운 곡선의 음형이 두드러진다.

그는 바로크 음악의 고전적 해석에 충실한 스타일을 고수한다. 감정의 과잉 표현보다 절제미를 중시하며, 깊은 철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숄의 음악은 명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청중에게 내면적 감동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 카운터테너 넷은  음역은 비슷하지만, 각기 다른 음악적 철학과 미학을 가지고 무대에 선다. 감정의 폭, 해석 방식, 기교의 성격까지 모두 다르기에, 이들은 단지 ‘고음을 부르는 남성’이 아닌, 자신만의 서사를 가진 예술가로서 존재한다. 이들의 음악은 오페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다리이자, 바로크 음악의 르네상스를 이끄는 진정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